

빈티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빈티지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기능적 요소를 배제하고
분명히 빈티지를 찾음에 있어 기능적 요소 무시할 수 없지만
낫고, 덜 좋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셔틀 룸스를 개량해 만든
카이하라, 오카야마 원단이 지금 엘라스틴이 혼방된 라인보다
기능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겠지, 생각해보니까
근데 엄밀히 말하면 추구하는 영역이 다른 게 아닐까
셀비지를 주력 생산하던 1950년대 시기에는
당시 직조 기술의 한계로 원단의 가장자리를 끝부분 처리하지 못해서
자체적으로 엣지를 넣어 한계를 보완했다고 한다

이런 사정으로 만들어진 바지가
나중에 뚜렷한 페이딩과 콘트라스트를 띄워 나름의 멋을 내고
그 시대적 특징이 수요가 생겼고
이십여년 전에 매니아들에게 특출난 질감으로 각광받아
트렌드의 한 축으로까지 자리잡아 누디진이 큰 수요를 얻게 되는
그런 이유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말하는 셀비지의 기능이라면 기능이겠지만
그 기능이 청바지 본연의 우월성은 아니니까,
누군가는 데님 원단에 기능성 혼방을 더 크게 쳐줄테니
우열을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이 SilverTab의 빈티지 가격은 요 근래 내려갈 기미가 없다
애초 스케이트 문화에서도 리바이스는 후발주자인 입장이었고
배기가 점점 주춤해져, 특히 빈티지 쪽에서는 사양 기조임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류로 현행 대비 몇 배는 높은 시세를 부르고 있고
빈티지 샵에 가도 아직도 잘 나가는 517, 501 종류에 밑지지 않는 가격이다
더군다나 리바이스의 홀리 그레일인 501 라인의 역사와
실버탭이 출시한 시기를 비교해보면 더더욱 이해할 수 없기 마련이다
원단의 시대적 희소성이 강조되는 빈티지 데님 분야 수요를 고려해볼 때
지금과 비교해서 큰 차별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능적으로는 말이다

이를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적어도 이들의 수요 탄력성이
시장가격에 따른 효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그건 동시에 이게 수직적 비교의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도 내포한다
누군가 비교할 수 없는 자신의 가치 불문한 추구가 기호로 정확히 반영되었고
그 누군가들이 모여서 만든 평균적 가치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가치에 합리적인 근거라 함은 당연히 찾을 수 없다
그냥 내가 이게 좋은 거니까
어느 때에 물 들어오듯이 하입받아 가격이 확 확 오르더라도
그 시대적 특징이 물 빠지고나서 없어지는 게 아니고,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있고,
추구하는 이유가 대개 시장의 가치 때문은 아니라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사실 따지고 보면
기타는 패션보다 오히려 더 비합리적인 기능 비교를 띄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드웨어적 성능 비교를 통해
도구의 취급을 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의 잠재적 인식은 마치 오브제와 다름 없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그걸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옷이야 당대의 스타일이 보여주는 감성이 있고
패션이 곧 보여주는 시각적 표현이니 그로서 최선의 기능이지만
기타는 결국 청각의 영역으로 인식된다, 들려줌으로 표현한다
에릭 클랩튼의 블래키(Blackie)는 들려주기 가장 까다로운 도구다

블래키의 넥은 57년식 하드 V로 손바닥에 넥의 돌출면이 깊게 자리잡은 대비
너트 너비는 820mm 정도로, 넥이 대체로 각지게 두껍고 넓어서
지금의 플랫 오발 대비 비교적 프렛을 원활하게 운지할 수 없는 설계 형태다
(물론 사람마다 형태가 달라 무조건 그렇다 말할 수는 없다)

픽업은 말할 것도 없다, 70년 전의 전기 설계다
물리적인 조건을 고려하면 생각해볼 가치도 없다

당시의 사운드 설계가 지금 대비 장점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충분히 만들 수 있고, 빈티지 라이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완벽한 초집합의 영역이다
빈티지 스탁 중 가장 비싼 편인 1950년대 모델들이 다 이와 같다
블래키도 1950년대 모델들을 분해해 조립했으니 그런 것이다
하지만 블래키를 위시한 50s들은 예나 지금이나 시대가 발전함에도 불구
계속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고, 플레이어들에게 열망받고 있고
심지어 리짓 빈티지도 아닌 현행 에릭 클랩튼 시그니처도 매년 상위권이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이자벨라와 함께 펜더가 색깔 장사를 할 수 있는 이유다

빈티지 기타와 모던 기타를 논할 때
으레 따라오는 수식은 테크니션과 아티스트라는 양립 구도다
주문한 스펙에 맞게 수행하는 전문적이고 무결한 연주라는 행위는
어쩌면 비교 척도로 압도 우위의 완벽한 기능을 갖고 있음에도
예술적 영역보다 기술적 영역에 가깝게 취급된다는 잔인한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여느 연주자보다 좀 더 정확하고 완벽해지기 위해 예술대학까지 졸업했고
막대한 시간과 돈을 부었지만 거기서 얻는 기능은 결국 기술이라는 의미가 된다
나와 같은 보편적인 사람은 대개 취업을 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지만
연주자들은 추구하는 바가 적어도 보편적인 사람과 다른 게 기본적인 전제이기에
여기서 발생하는 상실과 공허감이 어느 정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테크니션들은 보통 완벽한 모던 기타를 선호한다
대개 PRS와 아이바네즈 같이 유틸리티가 다양하게 포함된 기타부터
깁슨, 펜더라고 하더라도 커스텀보다는 현행 기술이 가장 잘 업데이트된 모델
더군다나 그래서 깁슨보다는 펜더가 더 선호되기도 한다
이런 선호의 방향이 본인의 어떤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함인 것일까?



맨 처음 보던 영상으로 돌아와,
영상을 보다 보면 기타리스트 류승훈 씨가 하는 말 중에
"빈티지 기타만 갖고 있는 사람은 있어도,
모던 기타를 쓰는 사람 중에 빈티지 기타에 눈 안 가는 사람 없다"는
그런 말을 하는 대목이 있다
그건 아마도 보조자, 즉 기술자가 아닌, 창조자의 입장에서
내가 주된 역할로 내 소리가 주인공이 된다는 것을 누구든 꿈꾼다는 방증 아닐까
그리고 그런 역할에 필요한 기타는 역시 기술적으로 완벽한 기타보다
나와 맞는, 내가 추구하는 색채를 어떤 방식으로든 지향하는 기타가 더 적합하다고
완성된 기술을 목표하는 사람들조차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이들도 마찬가지로 빈티지 기타에 소비할 때는 모던 기타와 다르게
그 정서의 가치로 시장의 소비가에 접근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내재된 경험을 통해 가치를 정함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계속 기능적 소비와 양립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마저도
그 의견에 지배되어서 이를 인정하고 비합리적 소비라 자평한다
빈티지라 함은 그런 것 같다
빈티지의 사전적 정의는 그 시대의 특징을 담은 예전의 것이지만
물리적 시간에 국한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냥 그 특별하다 여기는 특징적 존재를 대상으로 얻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심볼이 있고 그걸 구현하는 방법은 제각기 다르다
돈을 들이든, 시간을 들이든, 어떤 효용을 얻든,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결국 빈티지는 이런 통설적 관념이 시대라는 동기로 발생한 것 같다

에릭 클랩튼의 블래키는 에릭 클랩튼의 나이만큼 늙었다
이자벨라가 아직도 악기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현행 시그니처에서 더 정상적인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이자벨라의 배경을 깠으니 더 첨언하는 것도 과하다)
시대가 발전함에 있어 하드웨어의 기능은 모든 것을 상회한다
빈티지한 톤마저도 DAW가 거의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대를 본뜬 대상과 방식에 집착하고 이를 추종한다
솔직히 인정하고, 또 동시에 존중해야 한다
1954년의 스트랫의 배선이 삭아 설령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해도
그게 그 가격임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는 72년이 지난 골동품에서만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차별점을
내심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개 거래되는 빈티지 스탁 중에 실제로 연주해서
현행과 어떤 차별점이 있다고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 있을까?
물론 목재가 시간이 지나면서 마르고, 그러면서 배음이 매트해지고
전기 기술력의 차이와 픽업 배선의 노후화로 인해 자연의 노이즈가 발생하고
이런 차이가 있지만 그게 물리적 시간만이 보충해줄 수 있는 차이일까?
애초에 너무 오래된 물건은 연주로 사용되지도 않는 것을 잘 안다
그냥 사람이 전음으로 기타를 처음 연주할 때의 시대 감성, 감정, 분위기
그 때가 갖고 있는 특징에 기꺼이 돈을 내고 싶은 것이다
누가 사용했든 명백히 펜더 역사상 가장 구린 시기의 68년산 순정 스트랫은
지미가 뒤집어 사용했음에도 시대를 관통하는 상징적 사운드를 만들었다

아직도 Vintera II 같은 현행 모델에서 라지 헤드가 붙어 나오는 이유다
사람들이 그렇게 욕을 붓지만 지금도 라지 헤드를 만들어낸다
죽지 않는 수요를 만든다
어떤 방식으로, 그 때의 물건을 사는 방식으로
왜냐하면 그게 그 사람이 생각하는 그 때의 상징을 연상하는 방법이니까
그래서 바꾸면 되는 넥을, 한 프렛 더 짧은 원본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그게 우등하고, 열등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 실물이 아무것으로도 존재하지 않아도 말이다

언젠가 어떤 사람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펜더 커스텀 제프 벡 시그니처의 외관을 얻겠다고
더 저렴한 가격으로 얻을 수 있는 PRS CE의 포함된 장점을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비용 매몰이 아니냐
그 사람은 공방 기타 중에서 존 써보다 탐 앤더슨,
탐 앤더슨과 제임스 타일러 기타를 좋아하고 또 소비도 했던 사람이다
당시에 나는 생각이 명확하지 않아서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은 퍼펙션보다 아이덴티티가 중요하지 않을까
라고 애둘러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기능적으로 봐도 실제로는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지만
뭔가 지금 시점에서는 그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제프 벡 시그니처로 낼 수 있는 소리를 CE가 내줄 수 있다고 해도
그런 생각으로 사고를 하게 되면 내가 추구하는 것은 없게 되므로
더 많은 것을 얻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게 아닐까, 라고
왜냐하면 제프 벡 시그니처 정도의 가격대를 지불할 사람 중에
그 기타의 제원이 기능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거는 다들 알테니까
하지만 바라건대 제프 벡의 상징을 내 삶에 담고 표현하고 싶으니
그런 사람이니 기꺼이 그 돈을 지불하는 것이라 생각한다